숲속에 사는 토끼는 세상에서 자기가 가장 빠르다고 생각했어요. 발에 작은 바람이라도 붙어 있는 것처럼, 휙 하고 달리면 다른 동물들은 그저 먼지만 볼 뿐이었지요. 그래서 토끼는 언제나 어깨를 으쓱하며 다녔어요.
그러던 어느 화창한 날, 오솔길에서 거북이를 만났어요. 거북이는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한 걸음, 또 한 걸음, 아주 천천히 걷고 있었어요. 그 꾸준한 걸음이 토끼의 눈에는 답답해 보였나 봐요. 토끼는 거북이 앞을 가로막고는 으스대며 말했어요. “거북아, 그렇게 느려서야 어디 가겠니?”
거북이는 잠시 멈춰 토끼를 올려다보았어요. 화를 내는 대신, 조용히 대답했지요. “괜찮아. 나만의 속도로 가고 있을 뿐이야.” 토끼는 그 말이 재밌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어요. “그럼 나랑 달리기 시합 한번 할까?” 숲속 동물들이 모두 말렸지만, 거북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 모습에 토끼는 더 우쭐해졌지요.
시합이 시작되자마자 토끼는 화살처럼 튀어 나갔어요. 정말 눈 깜짝할 사이였지요. 금세 거북이는 작은 점처럼 보이다가, 이내 사라져 버렸어요. 토끼는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어요. 이 경주가 너무 쉽다고 생각했지요. 길가에 시원해 보이는 커다란 나무가 있었어요. 솔솔 불어오는 바람이 기분 좋았지요. “한숨 자고 일어나도 충분하겠지.”